![]() | 냉증에 좋은 효과가 있는 냉초 | | ![]() | 흰꽃이 피는 냉초 | | ![]() | 두릅나무의 새순 | | ![]() | 두릅나무의 열매 | | ![]() | 두릅나무의 뿌리 | | | 냉증은 체온과는 상관없이 몸이 늘 차서 여러 가지 불편을 느끼는 증상이다. 주로 혈액순환이 좋지 않거나 빈혈이 있을 때, 아이를 낳고 나서 찬바람을 맞았을 때, 찬 곳에 오래 있을 때, 위장 기능이 몹시 쇠약하거나 위장병이 있을 때, 대장염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증상은 추위를 타며 배와 허리, 손발이 몹시 찬 것으로 나타난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가 자주 나며 여러 가지 부인병, 방광염, 신장염, 두통 등이 잘 생긴다. 심하면 불임증이 온다. 냉증의 원인은 주로 만성적인 긴장이다. 긴장이란 다름 아닌 스트레스다. 정신적으로 자주 긴장하면 내장도 긴장하여 수축된다. 외적 원인으로는 찬 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거나 찬 곳에서 일을 하거나 누워 자는 것 등이다.
냉증은 남자에게도 있다
흔히 냉증이 여성들한테만 있는 병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남자들한테도 있다. 남자한테 냉증이 있으면 전립선염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고환이나 사타구니 주위가 늘 차고 축축하다. 냉증이 있는 여자들은 대하가 많다. 냉증 환자들은 얼굴이 어두우면서도 창백하며 영양상태가 나쁘다. 냉증이 있으면 위와 장이 허약하여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냉증 환자들은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 해도 설사가 난다. 특히 찬 음식, 이를테면 맥주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거나, 맵고 짜며 자극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숟가락을 놓기가 바쁘게 설사를 한다. 병원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대장염 환자로 취급하여 지사제와 항생제를 마구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대개 냉증 환자들은 위가 자주 긴장하므로 위액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위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장으로 내려가서 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설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사제와 항생제를 아무리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런 환자들은 냉 덩어리, 곧 장에 쌓여 있는 점액을 제거해야 설사가 멎는다.
토종약초로 냉증 다스리기
본디 냉증이란 말은 민간에서 쓰는 병명이다. 그러므로 냉증을 치료하는 약도 주로 민간약들이다. 냉증에도 허증(虛症)과 실증(實證)이 있다. 허증은 배가 쑥 들어가 있고 물렁물렁하며 차갑다. 실증은 배의 여러 부위를 눌러 보면 아픈 곳이 있다. 덩어리 같은 것이 깊은 곳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간혹 변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역시 배는 차갑다. 위장이 긴장하여 생긴 냉증은 위의 긴장이 풀리면 완화되지만, 실증 환자들은 긴장이 풀려도 장 속에 무언가 가득 차 있는 듯하여 배를 누르면 여전히 통증이 느껴진다. 허증 환자들은 배를 눌러 보아도 특별히 잡히는 게 없다. 일반적으로 냉증 환자는 기초대사 기능이 낮아져 있으므로 허증이나 실증에 상관없이 기초대사율이 낮고 혈압이 낮으며 기운이 없다. 냉증 치료도 허증과 실증을 구별해야 한다. 허증은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서 생긴 것이고, 실증은 끈적끈적한 체액 같은 것이 장부에 가득 차 있어서 기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것이다. 허증은 보(補)하고 실증은 사(瀉)하는 것을 원칙으로 치료해야 한다. 보한다는 것은 모자라는 것을 보태주는 것이고, 사한다는 것은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 것을 뜻한다.
허증에는 인삼·부자·생강
허증에는 인삼 세 뿌리(6년생), 부자(법제한 것으로 밤톨만한 것) 한 개, 말린 생강(콩알만한 것) 한 개에 물을 1ℓ쯤 붓고 달여서 절반 가량이 되게 한 뒤에 밥 먹는 중간, 즉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하루 두 번 먹는다. 이렇게 7일 동안 달여 먹으면 된다. 치료효과가 아주 좋다. 설사가 멎고 몸이 따뜻해진다. 흔히 부자이중탕이라고 하여 인삼과 부자 위주로 된 처방을 쓰기도 하는데 위의 방법보다 못하다. 허증은 대개 혈액형이 B형인 소음인 체질에 많고 간혹 소양인 체질에도 있다.
실증에는 냉초와 두릅나무 껍질
실증에는 냉초, 두릅나무 껍질, 아까시나무 속껍질 등에 물을 약재 분량의 10배 가량을 넣고 서너 시간 달여서 거른 다음, 그 물을 진하게 졸여 물엿처럼 만든다. 그것을 한 번에 20ml씩 하루 한 번 밤 12시에 먹는다. 냉초나 두릅나무 껍질, 아까시나무 속껍질 중에서 하나만을 써도 된다. 그러나 두릅나무 껍질을 먹으면 구토와 설사가 심하게 나므로 수면제나 진정제 같은 것을 미리 먹고 나서 이 약을 먹은 후 곧 잠을 자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 약을 먹고 나서 4~6시간이 지나면 배가 살살 아프다. 이것은 장벽에 가득 달라붙어 있던 끈적끈적한 점액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기는 통증이므로 효과가 있다는 신호이다. 배가 살살 아픈 뒤에 설사를 하게 된다. 서너 번 설사를 하고 난 뒤에 같은 양으로 약을 다시 먹는다. 이렇게 하면 장벽에 가득 달라붙어 있던 많은 양의 점액이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거품 섞인 변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끈적끈적한 점액과 거품이 같이 섞여서 나온다. 이 점액이 숙변인 동시에 냉 덩어리다. 이렇게 해서 민간에서 말하는 냉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태음인의 냉증에는 온백원
그러나 이 치료법은 혈액형이 대개 A형인 태음인 체질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태음인의 냉증에는 더운 성질의 설사약인 온백원이 좋다. 온백원(溫白元)은 부자(법제한 것), 오수유, 도라지, 시호, 석창포, 개미취, 황련, 말린 생강, 육계, 초피나무 열매, 파두상, 적복령, 주엽나무 열매(볶은 것), 후박, 인삼 각 20g을 모두 곱게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하여 만든 알약이다. 이 약은 옛날부터 뱃속에 덩어리가 있거나 황달, 부종, 복수가 찬 데, 중풍 등에 썼다. 온백원은 밤 12시쯤 2g씩 생강 달인 물로 먹는다. 그러면 아침 5~6시쯤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하여 설사를 서너 번 한다. 아침을 먹지 말고 계속하여 약을 2g 가량 더 먹는다. 그러면 낮 12시까지 서너 번 설사를 하다가 약 기운이 다 빠지면 설사가 멎는다. 설사를 할 때 처음에는 거품변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점액과 거품이 섞여 나온다. 점액은 먹처럼 까만 것도 있고 푸른 빛이 나는 것도 있으며 장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이것이 냉이 빠져나오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여 냉이 없어지면 배가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며 손발도 차츰 따뜻해진다. 소화가 잘 되고 기운이 난다. 또 냉증으로 인해 불임이 된 여성은 임신을 하게 된다. 기초대사율도 며칠 사이에 올라가서 밥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 되며 피로가 없어지고 기운이 난다. 냉증을 오래 앓던 사람들은 병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한두 번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삼과 같은 약성을 지닌 두릅나무
두릅나무는 오갈피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로 줄기와 가지 전체에 가시가 있다. 봄철에 부드러운 새순을 따서 나물로 흔히 먹는다. 두릅은 약초보다는 고급 산나물로 더 유명하다. 키는 3~4m쯤 자라고 잎은 두 번 깃처럼 갈라진 겹잎이고 쪽잎은 타원형이다. 7~8월에 작은 흰꽃이 가지 끝에 모여서 피고 8~9월에 보랏빛을 띤 까만 열매가 익는다. 그러나 열매가 드물게 달리는 편이어서 열매를 보기가 쉽지 않다. 산기슭이나 산 속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두릅나무는 인삼이나 오갈피나무와 친척이다. 오갈피나무과에 드는 식물은 모두 뛰어난 약성이 있는데 두릅나무 역시 인삼이나 오갈피나무 못지않은 약효를 지니고 있다. 두릅나무 뿌리껍질이나 줄기껍질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이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염증을 없애고 혈당을 낮추며, 암세포를 억제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관절염, 신경통, 요통, 당뇨병, 갖가지 암, 정신분열증, 허약체질, 저혈압, 신경쇠약, 변비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두릅나무는 오갈피나무보다 독성은 약하면서도 약효는 더 세고 쓰임새도 더 많으며 자원이 널려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뿌리껍질이나 줄기껍질을 채취하여 약으로 쓴다. 봄이나 여름에 채취한 것은 약효가 전혀 없다.
냉증을 고친다고 붙인 이름, 냉초
냉초라는 이름은 냉증을 고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뤼나물 또는 숨위나물이라고도 하며 현삼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1~1.5m쯤 자라고 잎은 3~5개씩 돌려나기로 나는데 잎 모양은 넓은 피침꼴이다. 여름에 붉은 빛이 섞인 자주색 꽃이 줄기 끝에 피어서 가을에 둥근 열매가 달린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기슭에 더러 자란다. 뿌리에 사포닌, 잎과 줄기에는 쿠마린, 아스코르빈산, 알칼로이드 등이 들어 있다. 민간에서 흔히 쓰고 전통 한의학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른 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서 여성의 냉증이나 대하증, 불임증 치료약으로 쓴다. 특히 여성이 아랫배와 자궁이 허하고 냉하여 생긴 불임증에 효과가 좋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이나 요통 등에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고, 자궁출혈, 위출혈 등에 출혈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다. 또 열을 내리고 통증과 염증을 없애고, 땀 나는 것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있다. 냉증에는 냉초 2kg을 잘게 썰어서 물 5~6ℓ를 붓고 오랫동안 달여서 찌꺼기를 짜 버리고 다시 물엿처럼 될 때까지 달여서 한 번에 10~15g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냉초는 생리를 고르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임신을 할 수 있게 한다.
숙변을 제거하면 냉증이 사라진다
냉증을 치료하는 비결은 장벽에 잔뜩 달라붙어 있는 끈적끈적한 점액, 곧 숙변덩어리를 없애는 데 있다. 단식을 하거나 감식을 하여도 점액이 섞인 변이 빠져나온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러 날을 굶어야 하는 까닭에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방법에 견주어 약초를 이용한 방법은 얼마나 간단하고 좋은 방법인가. 장에서 빠져나온 점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장 속에 사는 온갖 세균들의 시체와 찌꺼기가 뒤섞여 있는 독소와 오물덩어리가 보인다. 보일러에 물때가 끼면 열효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장 안에 점액이 많으면 영양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독소가 혈액으로 흡수되면 두통이나 피부병, 동맥경화, 온갖 간질환 같은 만성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냉증을 치료하는 것은 물때와 같은 점액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점액을 제거하는 방법은 단식이나 억지로 설사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여기서 설명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훨씬 우수하다.
참고자료 / 『약이 되는 우리 풀·꽃·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