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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래미마을
노송황토
2008. 6. 9. 14:26
경기도 이천시 남단의 전형적인 농촌마을 부래미. 주민이래야 30가구 70여명이 전부인 작은 마을에 최근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라져가는 농촌 문화와 농사 체험을 관광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주말에는 서울, 분당, 수원, 일산 등 인근 대도시에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주중에는 부래미의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찾아온다. | ||||
이천 부래미 마을의 성공 사례…발상의 전환 통해 오지에서 관광 명소로 “불과 2년 만에 마을을 이 정도로 일으켜 세웠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요. 충격을 넘어 한마디로 감동입니다.” 지난 4월28일, 충남 청양에서 온 농민 김기수씨는 부래미를 둘러보고 쉽게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천에서도 오지로 꼽히던 가난한 마을이 농촌관광을 통해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3500명의 관광객이 부래미에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돌아갔다. 김씨는 “농촌은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우리 마을도 농촌관광을 시작해 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정부도 최근 농촌관광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농림부는 주5일제 시행과 체험 및 교육 중심의 여가문화 변화에 힘입어, 오는 2011년에는 농촌관광객이 1억4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농가당 연간 1200만원의 농외 관광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림부는 현재 44곳의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지정,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7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쌀시장 개방 임박, “농촌관광이 살길이다” 뜻모아 부래미가 농촌관광에 뛰어든 것은 2002년 말.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 마을에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수입개방을 앞두고 절박한 위기감이 감돌았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직거래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농가가 농협에서 미리 돈을 당겨 쓰는 탓에 가을철 수확기에 농협에서 다 가져가고 나면, 직거래할 쌀이 거의 남지 않았다. 일본 견학으로 자리를 비운 이장을 대신해 마을 안내를 해준 부래미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회 운영위원이자 우당도예원 원장인 김영국씨는 “농림부의 공모소식을 전해 듣고 이장님과 반장님 등 마을 지도자들이 논의해, 정말 이것 안 하면 앞으로 살길이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작성에서부터 모두 처음 하는 일이라 막막했다. 먼저 마을 주민들이 한곳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는 것부터 시작했다. 청년회와 부녀회를 중심으로 조직한 사물놀이가 큰 힘이 됐다. 실제로 농촌관광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림부가 84년부터 2000년까지 1340억원의 국고를 쏟아부으며 관광농원을 집중 육성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다. 사업체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진데다 수요에 비해 사업비가 과잉 투자됐고, 97년에는 외환위기까지 닥친 탓이다. 전문가들은 관광농원이 식당이나 술집 심지어는 단란주점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프랑스에서 농촌관광을 연구한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는 “농촌관광이 농업의 서비스업 진출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농촌관광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오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농업적 성격을 분명히 할 것, 부부가 함께 할 것, 돈보다는 마음을 중요시 할 것 등이다. 부래미의 경우 이러한 원칙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우선 녹색농촌체험마을은 개별 사업체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지원이 이루어진다. 주민들의 단합이 필수적인 셈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지원금은 2억원. 그 외에 다른 지원은 전혀 없다. 사실 2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통나무로 지은 체험교육관 건축에만 1억2천만원이 들어갔다. 그나마 마을 공동 소유의 땅을 활용하고 주민들이 직접 톱과 망치를 들고 나서 공사비를 최대한 줄인 결과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비 2억원에, 농협의 마을가꾸기사업 공모와 하이트맥주의 환원사업 공모에 당선돼 받은 상금 8천만원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의 전부다. 김영국 원장은 “각 체험 프로그램별 안내판과 저수지 입구의 대형 간판도 모두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며 “농사일 끝내고 밤 10시, 11시까지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공동체 의식도 강해졌다”고 말한다. 부래미는 농사는 각자 철저하게 짓고, 시간이 남는 사람이 공동 활동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생산자인 농민과 도시 소비자 얼굴 맞대는 계기 농촌관광을 준비하는 마을은 많지만, 문제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확보에 있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황토민박, 물레방아, 산림욕장, 야생화단지, 산나물체취 등을 농촌관광의 베스트5 아이템으로 꼽으며 “모든 마을이 이런 식으로 똑같은 프로그램만 준비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강 연구원은 사업 주체와 수익 포트폴리오, 핵심 시장 등 3개 측면에서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개별 사업체는 물론 마을, 면, 지역 등으로 사업 주체가 다양해져야 하고, 민박과 체험 프로그램, 농산물 판매, 직거래 등 각 마을의 입지와 자원에 맞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핵심 시장도 자녀를 둔 젊은 부부, 강남 아파트 거주자, 회사 대상의 연수 등으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래미에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흔히 있는 평범한 시골마을일 뿐이다. 김영국 원장은 “특별할 게 없는 마을이지만,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려고 찾아보니, 우리는 늘 봐오던 것이고 늘 있는 것이지만 이것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길가에 피는 민들레나, 감자 구워 먹기, 순두부 만들기, 우렁이 잡기도 도시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체험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래미에는 남사당 사물놀이 전수자인 백강 선생과 도예원을 하는 김 원장이 살고 있다. 다른 마을에는 없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일단 확보된 셈이다. 배나무 사이버 분양도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이다. 7~8년생 배나무를 추석 무렵 수확하는 원앙배는 13만원, 그보다 수확이 늦은 신고배는 9만원에 분양해 준다. 평소 배나무 관리는 농장지기가 해주지만, 봉지 싸기나 수확을 할 때는 직접 내려와야 한다. 배나무 한 그루에서는 보통 7.5kg 상자로 5~6상자의 배가 수확된다. 농가는 과수조합에 내다 파는 것보다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직거래의 장점이 잘 나타는 형태다. 올해도 벌써 70주 이상이 분양됐다.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농촌관광을 통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농가의 가장 큰 문제인 판로 확보와 제값 받기가 이런 만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직은 농촌관광이 농가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부래미도 인건비 등 각종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의 수익에 그치고 있다. 김영국 원장은 “2~3년은 지나야 체계적인 소득이 가능할 걸로 보고 한발 한발 꾸준히 나가고 있다”며 “당장 큰 돈을 벌 생각을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소득개념으로 농촌광광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을 맡고 있는 박경숙 농촌진흥청 생활지도사는 “가장 잘 된다는 남해 다랭이 마을이 지난해 18개 농가가 참여해 8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며 “4명 가족이 1박2일 머물면 현금 10만원이 바로 들어오는데,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농촌에는 이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평가한다. 박경숙 생활지도사는 농촌관광을 통한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체험 프로그램 이외에도 상품 개발과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래미의 경우 마을에서 나는 쌀을 ‘부래미’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해 직거래로 전량 판매하기로 하고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다. 농촌관광은 아직 초기단계다.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 등 보완돼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촌관광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결국 주민의식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관광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다. 농민이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게 된다면 농촌관광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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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산농촌관광대학4기
글쓴이 : 안진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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